모유수유 언제까지 하여야 하나 (레이디경향 기사)
요즘 산모들은 출산 후 대부분 모유 수유를 시작한다. 아이가 젖을 빨지 않아 고생하고, 젖몸살을 앓고, 젖의 양이 늘지 않아 애를 태우고, 젖꼭지가 헐어 고통에 시달리면서도 산모 중 64%가 모유 수유를 한다. 갖은 시행착오 끝에 아이의 수유 리듬이 안정되면 엄마들은 또 다른 고민을 하기 시작한다. 모유 수유, 언제까지 해야 하는 걸까? 각기 다른 입장을 갖고 있는 전문가의 말을 들어보았다.

밥 안 먹을 수 있어요
- 정지행 한의원 원장
세 아이를 키우며 22년간 환자들을 만나본 결과 장기간의 모유 수유가 좋은 결과를 낳지만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모유의 성분만 봤을 때, 아이가 오랫동안 엄마 젖을 먹는 것이 좋을 수도 있다. 우유나 이유식도 잘 먹고, 잠도 잘 자며, 하루에 한두 번 모유를 먹는 아주 이상적인 경우도 있겠지만 실제로 엄마나 아이가 오랜 기간 모유 수유로 힘들어하는 경우가 더 많다. 엄마 젖에 집착하며 이유식 등 다른 음식은 먹지 않는 아이, 밤중에 수시로 깨서 엄마 젖을 찾는 아이가 허다했다. 이런 경우 오랜 기간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한 엄마는 온몸이 아팠고, 아이는 제대로 영양 공급을 받지 못해 더딘 성장을 보였다.
실제 아이에게 젖을 먹이는 행위 자체가 많은 에너지를 요구하는 일이기에 이를 1, 2년 많게는 3년 이상 해온 엄마들을 만나면 기운이 없어 보일 때가 많았다. 정작 엄마 본인의 몸 상태는 엉망인데, 죄책감 때문에 모유 수유를 중단하지 못하는 엄마들에게 모유는 6개월만 먹여도 충분하다고 설명해주곤 한다. 모유를 먹임으로써 오는 피해에 비해 아이가 얻는 것이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또 모유를 오래 먹이면 아이의 정서가 안정되고 엄마와의 유착관계가 단단해진다고 하는데, 모유를 먹이지 않아도 얼마든지 아이를 사랑해주고 안아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세계보건기구(WHO) 권장 기간은 2년, 적어도 12개월까지는 먹이세요
- 곽재혁 평택국제병원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미국 소아과의사 아카데미(AAP)는 적어도 1년간 모유 수유를 할 것을 권한다. WHO는 모유 수유만 6개월, 그 후 이유식과 병행해 2년간 지속해야 한다는 지침 사항을 내놓았다. 전 세계적으로 엄마와 아이가 서로 만족할 때까지 모유 수유를 해야 한다고 적극 권장하는 추세지만 각 나라마다 상황과 문화, 또 영양 상태에 따라 조금씩 다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WHO와 마찬가지로 6개월까지는 모유만 먹이고 그 이후에도 아이가 원하지 않을 때까지 모유 수유를 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만약 직장 문제나 여러 가지 상황에 의해 생후 2년까지 모유 수유를 할 수 없다면 12개월까지만 모유 수유를 해도 무방하다고 생각한다. 12개월이 지나면 고형식과 생우유를 통해 다양한 영양분을 골고루 섭취할 수 있기 때문에 굳이 어려운 상황에서까지 모유 수유를 고집할 필요는 없다.
두 아이 모두 젖을 물고 자려고 해서 밤중 수유를 12개월까지 끊지 못했다. 두세 시간마다 한 번씩 깨서 젖을 찾는 아이 때문에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해 육체적으로 많은 피로감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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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아이 모두 6개월부터 이유식을 시작했지만 둘째의 경우 이유식을 좋아하지 않는 편이었다. 젖 먹는 횟수가 줄지 않았지만 아이가 먹고 싶은 만큼 먹여야 한다기에 계속 먹이며 이유식에 더 공을 들였지만 잘 먹지 않았다. 결국 돌 무렵에 철분이 부족하다는 진단을 받고 철분제를 먹여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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젖도, 이유식도 심하다 싶을 만큼 잘 먹었던 첫째는 다섯 살이 된 지금도 편식하지 않고 밥을 잘 먹는 편이다. 그런데 성장 속도는 또래 평균에 밑돈다. 젖은 잘 먹었지만 이유식은 잘 먹지 못했던 둘째는 세 살이 된 지금도 편식이 심하다. 때론 식사를 거르기도 하는데 평균을 훌쩍 상회하는 키와 몸무게를 자랑한다. 모유 수유와 식사량이 지금 당장 눈에 띄는 영향을 끼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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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아이 모두 돌이 지난 뒤 모유 수유를 중단했는데, 젖을 끊을 때 무척 고생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아이도 울고, 나도 울었다. 이것이 아이의 인격 형성에 악영향을 끼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글 / 진혜린(객원기자) ■사진 / 경향신문 포토뱅크 ■자료 제공 / 정지행 한의원, 한국보건복지협회 ■참고 서적 /「똑똑한 엄마가 아이를 병들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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