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후기

아무도 나에게 유두혼란에 대해 말해주지 않았다. 2014.04.01 00:12
은우맘 조회 2390

이제 두달된 아기 은우맘입니다.
인터넷에 흔적 남는게 싫어 웬만한 포털 사이트 아이디도 없고 후기는 어디든 써본 적도 없는 저지만
최희진 선생님을 만난지 열흘만에 유두혼란이 심했던 은우는 다시 순둥이로 돌아왔기에...
그 얘기를 해볼까해요.
지난 2월 초, 반포의 대학병원에서 제왕절개로 은우를 만났던 날은 아프지만 제 인생에서 가장 흥분되고 설레던 날이었습니다.
젖이 첫날부터 바로 돌았기에 부축을 받아서라도 수유실로 가서 아이에게 젖을 물려보고 싶었지만 신생아실에서 막더군요.
태어난 첫날은 아기 체온 유지가 되지 않아 모유수유를 바로 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며... 그렇게 은우는 태어난후 27시간동안
엄마젖이 아닌 젖병으로 분유를 먹게 되었고 처음 설레는 마음으로 신생아실 호출을 받아 간 수유실은 제 예상과는 너무 달리
협소하고 어설프기 짝이 없었습니다.
아늑하고 포근한 공간은 아니더라도 아기와 엄마가 수유를 하고 교감을 나누기에는 정말 여기가 대학병원이 맞나 싶을 정도로
실망스러웠고 신생아실 간호사들도 수유 자세나 수유방법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주기보다는 의무적인 간단한 설명 후
다시 신생아실로 돌아가버리더라구요. 태어난 지 이틀된 아이, 엄마들은 다 아시겠지만 정말 잠만 잡니다. 잠든 아이를 받아들고
어쩔 줄 몰라하고 있으니 옆에 있던 다른 산모가 모유수유 전담 간호사의 도움을 받으라 말해줍니다. 네, 도움을 청해야만 도와주는...
그것도 그렇게 먼저 산모가 나중 산모에게 알려줘서야 그 방법조차도 알게 되는 참 불친절하기 짝이 없는 시스템이었던거죠.

그렇게 다음 수유타임, 모유수유 전담 간호사분과 같이 간 자리에서 전 제가 편평유두라는 사실을 난생 처음 알게 됩니다.
유두 모양을 만들어도 아기가 물면 쏙 들어가버리는 편평유두중에서도 진성 편평유두... 이미 젖병에 길들여진 아기를
또 깨워가며 매 수유타임 젖을 물리는 일은 정말 다시 지금 생각해도 눈물납니다.
병원에 있던 4일동안 은우는 한 번도 제대로 젖을 물지 못했고 매번 분유로 보충했으며 심지어 저와 은우가 씨름하고 있으면
아기가 지친다는 이유로 신생아실 간호사가 데려가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점점 은우는 엄마젖과는 먼 아기가 되었고 퇴원 후 간
조리원에서 다행히 유두보호기를 끼고 처음 제대로 젖을 물렸지만 우리 은우는 엄마젖을 오물오물 먹습니다.
워낙 젖이 잘 나와 은우가 그렇게 먹어도 배 부르게 먹기는 했지만 그 때도 뭔가 잘못되었다는 생각...

거기다 수유타임마다 신생아실 돌보미분들이 잡아주시는 자세가 다 달라 정말 혼란이더군요. 누구는 수유쿠션을 평평하게,
누구는 머리쪽을 더 높게, 아이를 옆으로 세워 뉘이라기도, 천장 보고 눕힌 후 고개만 엄마쪽으로 돌리라는 돌보미도 있었구요.
비싼 돈 주고 간 조리원에서 체계적인 교육으로 이루어진 케어가 아닌, 돌보미들 스스로의 경험이나 경력으로 대충 쌓인듯한
케어 실력은 저와 신랑을 실망시키기에 충분했고 이건 아니다 라는 생각으로 2주를 보내고 집으로 옵니다.

유두혼란에 대해 들어본 적도 없던 저는 산욕기가 끝나지 않은데다 밤에는 충분히 자야 젖이 잘 돈다는
조리원 마사지사들의 충고에 따라 밤중 수유를 친정엄마에게 부탁하고 참 잘 잤습니다.

한 두 타임정도만 밤중수유를 부탁했음에도 딸이 안쓰러웠던 친정엄마는 8,9시간동안 저를 충분히 재웠고 그 시간동안
은우는 계속 젖병으로 젖을 먹었죠. 심지어 젖이 불어 불편할 때도 일어나 유축을 하고 다시 잘 지언정 은우에게 직수를 하진 않았습니다.
젖병의 무서움도 모른채... 그렇게 집에 온지 일주일쯤 지났을까, 은우가 어느날부턴가 젖을 먹다 몇 분이 채 지나지 않아 자지러지게 울고
젖을 먹지 않는....네, 유두혼란이 결국 온거죠.

젖병을 물릴 때 아이가 인상을 찌푸리며 한참 있다 받아먹는데 그 땐 그 이유를 몰랐죠.
책을 찾아보고 인터넷을 뒤져보고 나서야 유두혼란이라는 판단을 내렸지만 혼자서 수유타임마다 아무리 애를 써도 은우의 자지러지는
울음은 더욱 심해질 뿐, 고쳐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주변엔 온통 모유수유 전문가들이라 굶기면 먹는다, 유두혼동은 아예 젖을 물지 않는것이니 은우는 유두혼동이 아니다, 엄마가
젖을 너무 자주 물리는 것 아니냐 등등 온갖 조언과 충고들이 가득했지만 도움 받을 수 있는 곳은 정작 아무데도 없었습니다.
그렇게 지내길 3주 남짓, 말이 3주지 신생아에게 2시간마다 젖을 물려가며 3주라는 시간은 정말 깁니다. 저는 매일 매 수유마다
은우와 함께 울었고 정신은 피폐해져 가고 수유때가 아니더라도 아무때나 눈물이 주룩주룩 흐르는...심각한 산후 우울증 사태에 이릅니다.

얼마다 무섭던지요. 이러다 모유수유를 포기하게 될까봐... 완전 분유 수유로 자란 신랑이 평생 심한 아토피와 알러지로 지금도 고생하는 것을
보면서 은우에게만은 모유로 꼭 면역력을 길러주고 싶었는데... 그 많던 젖이 나왔음에도 6개월도 채 먹이지 못하는 사태가 생길까 정말
매일 매일 매 순간이 너무 무서웠습니다.

그러다 최희진 선생님을 알게 되었고 첫 통화에서 말도 제대로 못하고 울기부터 하던 저에게 너무 힘들면 교정때까지 유축해서 먹이라며
조금만 더 고생하라는 선생님의 말씀에 큰 위로가 되면서 한편으로는 선생님의 확신과 자신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증상을 듣고
전화통화만으로도 유두혼란일거라 진단하셨는데 그런 아이에게 젖병을 또 물리라니요. 교정에 대한 백퍼센트 자신감이 없이는
할 수 없는 말씀이셨으니까요.

교정 첫 날, 은우는 예상대로 심한 유두혼란이라는 진단이었고 은우가 이렇게 된 데에는 젖병으로 먹인것도 문제지만
조리원에서 쓰던 젖병, 우리 부부가 홍콩 여행에서 혹시나 해서 사왔던 젖병, 친정엄마가 더 필요하다 해서 샀던 젖병에
유두보호기까지....은우에게는 너무 많은 젖꼭지들을 물린것이 문제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젖꼭지 네종류라면
하기 싫은 아이에게 학원 네개를 보낸 것과 같다는 선생님 말씀에 너무 충격이었고 은우에게 미안하다 못해 죄책감까지
들었죠. 나의 무지함으로 그동안 이 어린 아이를 고생시킨 것 같아 괴로워하는 저에게 선생님은 제 탓이 아니라며
진심으로 위로해주시고 힘을 주셨습니다.

첫 교정 후 다섯번만에 은우는 처음으로 울지 않고 배 부르게 먹고 잠들었고 그렇게 조금씩 조금씩 고쳐가며 열흘째에,
하루 중 단 한번도 수유중 울지 않는 아이가 되었습니다.
선생님이 아니었다면 저는 언제까지 은우와 그 지옥같은 시간들을 보냈을까요.
결국은 모유 수유를 포기했을지도 모릅니다. 자지러지는 아이 울음소리를 쉬는 날이면 저와 같이 매 수유타임마다 들으며
안타까워하던 신랑에게도 참 못할 짓이었으니까요.
이제 저희 집에 평화가 찾아왔고 제가 살고 은우가 살고 저희 가정이 살아났습니다.

선생님의 두 번 방문 비용, 전혀 아깝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선생님의 교정이 앞으로 은우 평생의 건강을 좌우할 것이라고
확신하기 때문입니다. 임신기간동안 다녔던 병원에서도, 출산 교실에서도 모유수유의 장점만을 설명해 줄 뿐 임산부들이
자신의 유방 상태를 바로 알고 준비할 수 있게 해주거나 수유 방법, 쉽게 물리는 젖병의 사용으로 유두혼동이 올 수도 있다는
경고는 그 어느 누구도 해준 적 없습니다. 제가 다녔던 병원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자연주의 출산을 지향하는 병원이라면 모를까,
우리나라 대부분의 신생아들은 은우처럼 엄마젖보다는 젖병부터 알게 됩니다. 올바른 수유의 방법을 배울 수 있다면 조리원에 가는
엄마가 몇이나 될까요. 저 또한 절대 그 많은 금액을 조리원와 마사지에 투자하지 않았겠죠.
그동안의 시간과 돈을 생각하면 땅을 칠 만큼 아깝지만 이제라도 선생님을 만나 정말 다행입니다.

절대적인 문제를 갖고 있는 우리나라 산부인과와 조리원 시스템과 외로운 싸움을 하고 계신 최희진 선생님께 존경의 박수를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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