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후기

제왕절개 산모의 모유수유성공~ 감사해요~ 2009.12.14 22:28
지온엄마 유하원 조회 1898
 

아직은 가을이 완연한 부산의 11월 21일.

당연히 자연분만하리라 생각했었는데

양수가 터지고 보니 양수량이 너무 적은 바람에 아기의 심박수가 떨어지는 응급상황 속에

갑작스럽게 제왕절개를 하게 되었어요.


이런 급작스런 상황에 대비한 엄마는 스푼젖병을 신생아실에 전해달라고 부탁하고

수술로 인해 젖을 물리지 못하는 날 동안

유두혼동이 없도록 그것을 사용해달라고 부탁했지요.

그날 밤. 신생아실과 입원실 간호사실에서는 소란이 일었습니다.

이제껏 이런 것을 부탁한 산모는 없었으니까요.


다음 날. 저는 별난...아니 좀 더 나가서 '설치는' 엄마가 되어 있었어요.


수술한 다음다음 날.

겨우겨우 몸을 일으켜 앉아도 통증으로 힘든 때

하루를 금식했음에도 아침부터 젖이 돌기 시작했죠.

아침부터 간호사들이 오기 시작합니다.

차례로 와서는 젖을 짜보고는 이렇게 세게 짜야 나중에 막히지 않고 잘 나온다고 합니다.

그리고 차례대로 와서는 이야기합니다.

"남편이 아기보다 힘이 세니까 남편이 빨아야 더 잘나온다."

"설탕물, 분유 안 먹이면 아기가 탈수를 일으킨다."


최희진선생님의 책에서 읽었던 그 오해들이 실제로 존재하고 그것이 산모에게 큰 스트레스를 줄 수 있다는 것을 실감했죠. 참다못해 간호사님께 그건 아니라고 이야기했다가 한 분은 완전히 토라져서는 퇴원하는 날까지 마음을 힘들게 하시더군요.


아무리 아파도 아기에게 초유를 먹여야겠다는 맘에 그 날 오후 4시에 모유수유를 하러 신생아실로 내려가기로 했어요.

그런데 수술이다 보니 링거병을 뗄 수가 없었는데 링거를 달고는 수유를 할 수 없다고 하네요.

4시 전에는 빼달라고 부탁했는데

4시 15분이 되어서야 링거를 빼주었어요.


이미 젖은 뚝뚝 흐르기 시작.

부랴부랴 신생아실로 내려갔죠.

산전교육에서 배운 대로 럭비공안기 자세로 한 번 만에 젖물리기 성공!

산전교육 때 아기도 듣고 있었는지 한번 만에 덥석 물고는 젖을 먹기 시작했어요.

문제는 15분밖에 남지 않은 시간.

아무리 잘 물어도 태어난 지 3일된 신생아가 15분 만에 양쪽 젖을 다 물수는 없죠.

신생아실은 냉정하게도 먹고 있는 아기를 강제로 떼어내어 데려가며 이렇게 이야기 합니다.

"안에서 더 먹일게요~"


안에서 무엇을요...?

분유예요. 분유.


이 병원은 모유수유시간이 하루 5번으로 정해져 있어요.

아침 8시, 1시, 4시, 7시, 10시.

아침 8시부터 오후 1시 사이, 저녁 10시부터 아침 8시 사이 엄마는 필연적으로 젖몸살을

겪을 수밖에 없는 시스템이죠.


오후 4시에 아기가 다 물지 못한 젖은 불어서 아파오기 시작했어요.

억울한 맘에 담당 의사선생님을 찾아갔죠.

"실밥은 다른 병원에서 뽑겠으니 다른 병원으로 옮기고 싶어요. 보내주세요."

눈물을 흘리며 하소연하는 산모에게 티슈를 뽑아주시며 신생아실로 전화를 하는 담당 의사선생님.

"너무 어려운 부탁인데 여기 유하원 산모만 아기 울면 좀 불러주면 안될까? 아기 젖먹는데 뺏아갔다며~"

신생아실 담당은 소아과지요. 반응은 냉담합니다. 안된다는 거에요.

병원시스템이니 바꿀 수 없는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산모가 원하는데 아기를 볼 수 없다니요. 담당의사선생님은 산모를 달랩니다.

“나는 내 환자에게 끝까지 책임을 다하고 싶은데..유축기를 사용하면서 조금만 참아주면 안될까? 하루 일찍 퇴원하도록 해줄게요.”

지난 10개월을 믿어온 의사선생님을 보니 맘이 약해집니다. 게다가 유축기는 사용해보지 않았으니 수유시간외에 한 번 사용해보자 싶었지요. 고개를 끄덕하고 입원실로 돌아왔어요.


유축기 사용법을 배웠습니다.

해보았습니다. 값비싼 메델라 유축기예요.

하지만, 나오지 않을 정도로 앉아 있었는데도 한 방울씩 모으던 유축기는 이미 고여서 단단해진 젖을 풀어주지는 못했습니다.


저녁이 되니 통증과 열은 더 심해집니다.

잠깐 누워서 차가운 수건으로 열을 식혀주고 있는데

“마사지해주라고 해서 왔는데요.”하면서 아주머니 한 분이 들어오십니다.

김이 펄펄나는 뜨거운 수건.

건드리기만 해도 아픈데...저걸로..? 하고 나면 시원해질까..?

‘아름다운 엄마는 유방마사지를 하지 않아요. 아기는 가장 훌륭한 마사지 전문가이기 때문이지요.’

아름다운 엄마 홈페이지에서 본 문구가 생각이 났어요.

그냥 돌려보냈습니다. 하지만 왜 산모들이 유방마사지를 받는지 이해가 되었어요.

절박한 상황에서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말이에요.


점점 더 아픕니다.

약을 먹고 젖을 말리고 싶을 지경입니다.

참다 못해 최희진 선생님께 전화를 드렸지요.

선생님을 만나고 싶은 맘말고는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어요.


선생님께서 응급대처요령을 알려주셨어요.


우선 제 몸이 회복될 때까지는 유축을 했죠.

하루를 유축을 하고 나니 유두 끝에 작은 피멍이 생겼어요.

유축기 사용을 중단해야겠다고 하셨어요.

아침이 되니 젖몸살은 정말 심해졌어요.

쇄골뼈 아래까지 열이 펄펄 나며 퉁퉁부은 것을 보고

근육이 생긴 줄만 알았답니다.

허리, 어깨, 주사 맞은 곳, 상처난 부위...아프지 않은 곳이 없었지만

다음 날부터 쿠션을 들고 수유시간 10분전에 신생아실로 내려가

무작정 아기에게 물리기 시작했어요.

하루 다섯 번. 일각도 지체할 수 없는 약속이 있는 셈이었으니,

피로감은 극심했지만 그래도 제게는 세상에서 제일 좋은 유축기(?)를 만나는 시간이었으니

젖을 말리는 극단적 상황까지 가지 않기 위해 온 힘을 다해 퇴원 때까지

견디는 수밖에 없었어요.


같은 방을 쓰는 산모는 제게 이렇게 말했답니다.

“마라톤하는 것 같던데요. 땀을 줄줄...”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수유를 못하게 합니다. 그러니 마스크 안으로 엄마는 진땀을 흘리는 거죠. 40분 안에 최대한 먹이지 않으면 아기는 안에서 또 분유를 먹게 됩니다.

젖먹이는 40분 내내 저는 기도했습니다.

“아가야. 열심히 먹고 들어가면 분유 먹지 말아줘. 젖병 탁 밀어내어 버리렴. 제발제발...”


하루. 이틀...

시간이 지나면서 아기는 차츰 안정적으로 젖을 뭅니다.

아기도, 엄마도 서로 익숙해져 가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주위를 둘러보니 제대로 젖을 먹이는 산모는 거의 없었습니다.

30명 중 2,3명 정도 외에는요.


아기를 안고 들었다 놓았다 하는 산모.

쮸쮸젖꼭지(유두보호기 같습니다.)를 끼우고 끙끙대는 산모.

40분 내내 물지를 못해서 울어대는 아기.

젖을 먹지 않으니 할 일이 없어 휴대폰으로 사진만 찍는 산모.

간호사한테 도움을 요청하지만

“엄마는 안되겠다. 안에서 더 먹일게요~(분유를)”

라는 대답만 돌아옵니다.

자세나, 쿠션이나...그 어떤 것도 지적해 주는 사람이 없습니다.


제 아기는 40분 땀을 흘리며 먹고는 잠이 듭니다. 때로는 40분이 지나도 젖을 물고 놓지 않을 때도 있었지요. 하지만 압니다. 들어가면 또 분유로 보충수유할 거라는 것을요.

“가능하면 분유를 먹이지 않으면 안될까요?”

사정을 했지만 간호사는 말합니다.

“엄마는 지금 젖이 다 비었죠? 우리 아기는 그런데도 지금 들어가서 더 먹고 있어요. 분유로 보충하셔야 돼요.”


천만에요. 엄마젖은 비지 않았습니다. 아니, 빈 적이 없습니다. 다만 수유시간이 너무 짧아서 양만큼 먹일 수가 없었을 뿐이죠. 하지만 대꾸했다간 내 아이를 어떻게 할지 모르니 그냥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요.


하지만 그런 중에도 조금씩 관심을 받기 시작했어요

한 번은 밤10시 수유를 마치고 수유쿠션을 들고 터덜터덜 걸어 나오는데 한 산모가 묻습니다.

“혹시 둘째예요? 아기가 젖을 너무 잘 먹어서...내일 좀 가르쳐 주세요.”


다음 날은 간호사 한 분이 묻습니다.

“..잘 하시네요. 어디서 배우셨나 봐요?”


수유시간이 끝나고 간호사들이 아기를 데려갑니다. 제 아기는 그래도 계속 먹고 있었으니, 다른 아기들 다 들어갈 때까지만 시간을 주겠다고 합니다.

간호사가 사라지자 내내 아기와 씨름하던 옆에 있던 산모가 감탄하며 말했지요.

“너무 잘 먹는다...진짜...”


유두보호기를 착용하고 계속 짜내던 산모도 말합니다.

“젖이 엄청 많은 가보네...”


퇴원할 때가 가까워지니 간호사들도 압니다. 별난 엄마와 젖 잘 먹는 아기.

제가 가면 이름을 대지 않아도 아기를 데려다 주었지요.


하루 내내 수시로 얼마나 유축했냐고 묻는 간호사들에게 저는 늘 똑같이 말했습니다.

“저 유축기 안써요. 상처가 나서 그만 쓰기로 했어요.”

그리고 속으론 말하죠.

‘젖양은 기저귀개수로 체크하는 거랍니다.’라고...


퇴원교육하던 간호사가 말합니다.

“아기 이제 젖병을 안물려고 하거든요? 이러면 나중에 젖 못떼요. 분유 먹이셔야 돼요.”

똑똑한 우리 아가는 이제 엄마 젖에 길들여져 있답니다.


퇴원가방에 챙겨준 분유샘플 한 통.

제가 대신 먹고 있어요.


퇴원하는 날까지 잘도 참았습니다.

아기를 옆에 둘 수만 있다면 무엇이든 못참을까 하는 맘으로요.

밤마다 찾아오던 끔찍한 젖몸살.

하루 밤에 3~4시간씩 잠설쳐가며 양배추 한통씩을 다 붙이며 참아낸 끝에 일주일 만에 퇴원하여 지금은 아가가 원하는 시간에 먹이고 젖몸살 없이 완모하고 있답니다.


뜻하지 않게 길어진 병원생활 가운데

병원의 시스템과 모유수유에 대한 지원이 얼마나 중요한 지,

모유수유에 대한 무지한 지식들이 얼마나 산모를 힘들고 혼란스럽게 하는지를 깨달았네요.


바쁜 일정 가운데 응급상황에 전화로 문자로 바른 결정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신 것.

무엇보다 산전모유수유교육에도 다시 한 번 감사드리고 싶어요.

선생님의 순간순간의 지시와 정확한 판단이 힘든 상황을 헤쳐나가게 해주셨어요.

아직도 바쁜 일정 가운데 잊지 않고 챙겨 연락주시는 맘이
지금까지 완모할 수 있게 붙들어주는 힘이 되었구요.

 

한 사람이라도 더 많은 산모들이 잘못된 지식에 휘둘리지 않고

스트레스없이 모유수유할 수 있는 그 날을 위해

오늘도 수고하시는 선생님께 존경과.. 맘 깊은 감사를 전합니다.


아가 건강하게 키울게요~~^^

정말 감사합니다~~~


모유수유 원격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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