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유튜브에 올라온 쌍둥이 아기들의 동영상이 화제가 됐다. 기저귀를 찬 쌍둥이가 냉장고 앞에서
손짓 발짓을 섞어가며 서로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었는데 들리는 말은 "따다다다다"가 전부.
한 아기가 발로 바닥을 쿵쿵 치자 다른 아기가 이를 따라하고 고개를 젓다가 함께 웃음을 터뜨린다.
이 깜찍한 동영상의 주인공은 미국에서 사는 18개월 쌍둥이 샘과 렌. 전 세계적인 유명세 타면서
미국 ABC 방송 스튜디오에까지 출연했다. 국내에서는 한 이동통신사에서 TV광고에 이 동영상을
담으면서 더 유명해졌다. 그런데 귀여운 아기의 모습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말은 못하지만 '대화'를
하는 것처럼 들린다.
정말 아기들이 '대화'를 하는 걸까. 전문가들은 이는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라고 말한다.
아기들이 커뮤니케이션을 하느냐, 못하느냐의 두 가지 전제조건은 공동 관심과 상호작용. 일단 같은
사물 혹은 대상에 관심을 보이고, 어른들이 생각하는 말로써 의미를 전달하는 대화는 아니지만
목소리와 몸짓, 표정으로 서로 상호작용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기는 자신의 목소리를 주변 사람들의 반응으로 인식한다. 입술·혀·턱의 사용법과 호흡 조절이
익숙해지면 옹알이를 시작하는데 이때부터 '맘맘', '부부' 같은 말과 비슷한 소리를 낸다.
빠른 아이들은 생후 2개월부터 '아야, 어어' 등의 모음 옹알이를 시작하고, 점점 소리가 길어지고
발전하면서 자음과 모음이 합쳐진 '마마, 다다, 빠빠' 같은 옹알이를 하게 된다.
이 시기에는 소리를 내는 데 자신이 붙어 소리도 많이 지르고 성량도 상당히 크다.
이럴 때 말을 많이 걸어주면 아기는 그것을 통해 자신의 목소리를 인지한다.
그러면서 점차 진짜 말을 배워가는 것. 또 옹알이를 하며 엄마 아빠 동작을 흉내내는데 몸의
움직임을 통해 자신의 의사를 전달할 수 있다.
말 못하는 아기와 부모 대화법
돌 무렵이 되어 입술과 혀를 능숙하게 사용할 수 있게 되면 옹알이에도 여러 가지 발음이 섞이게 된다.
물론 실제 단어가 아니기 때문에 부모가 그 뜻을 알기 어렵지만 아기 입장에서는 옹알이와 행동을 통해
부모에게 계속 대화를 거는 셈.
의정부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김영훈 교수는 아기의 머릿속 사전에는
여러 가지 의미가 가득 들어 있다고 설명한다.
같은 '다'라는 말이라도 이 말이 블록을 뜻하는 것일 수도 있고 주스를 뜻할 수도 있으며 안아달라는
뜻일 수도 있다. 이 시기의 아기는 분명 자신의 방법으로 말하고 있지만 아기의 말을 해석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분명 자신의 의사를 전달하는 것이므로 아이의 언어 발달을 위해서라도 아이의 눈높이에서
끊임없이 대화를 해주는 것은 필수다.
만 2세까지는 울거나 보채는 게 유일한 대화 수단인 시기. 조금씩 말을 하기 위해 특정 소리를 내는데
옹알이를 시작할 때부터 부모가 적극적으로 반응해주면 말문도 빨리 트이고 아이의 감성을 풍부하게
만드는 데도 효과적이다.
아기가 옹알이를 시작하면 부모는 그것이 무엇인지 알고 싶어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스트레스를
받으며 옹알이의 의미를 하나하나 알아내려 하지 말고 나름대로 상상해서 응대를 해주는 게 더 낫다.
가령 아기가 "바부바부"라고 옹알이를 하면 "응, 오늘은 야근이 있어서 힘들었어"라고 말하고,
"음마"라고 하면 "고마워, 네가 그렇게 말해주니 피로가 풀리는 것 같구나" 식으로 대화를 나누면 된다.
아이와의 대화는 언제 어디서라도 가능하다. 밥을 먹거나 목욕을 하거나 옷을 입힐 때에도 아이와
눈을 맞추고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는 것이 좋다.
기획: 황선영 기자 | 사진: 이성우 | 모델: 남궁도윤(27개월) | 도움말: 김영훈(의정부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 의상협찬: 베이비앙(www.babya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