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들이 달라졌다
“럭비공을 껴안듯 안아보세요. 잘 들어보면 울음소리가 서로 다른 걸 알 수 있죠? 각각에는 다양한 메시지가 담겨 있어요.” 지난달 초 서울 서초구청 대강당. 50여 명의 할머니들이 10㎏쯤 되는 아기 모형을 들고 육아전문가의 지시에 따라 자세를 취하느라 이마에 송골송골 땀이 맺혔다. 이들은 맞벌이 가정이 늘면서 아들·며느리 대신 육아법을 배우러 나섰다. 조기교육에 관심 많은 며느리들의 손에 이끌려 함께 온 시어머니들도 적지 않다. ‘똑똑한 할머니가 똑똑한 손자를 키운다’며 전문육아지식 배움에 나서는 할머니들이 늘고 있다.박정식 기자
조기교육에서 육아법까지 도맡아
맞벌이 가정이 늘면서 전문적인 육아교육법을 배우려는 조부모들이 늘고 있다. 김선복씨가 손자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황정옥 기자] | |
김씨가 실전에서 가장 유용하게 써먹고 있는 방법이 아기 목욕법이다. 예전엔 씻길 때 아기가 울면 어쩔 줄 몰라 허둥대거나, 씻는 둥 마는 둥 얼른 목욕을 끝내고 달래느라 정신없기 일쑤였다. 그러나 교습을 받고 난 지금은 아기를 물에 빠뜨리지 않고 편안하게 목욕시키는 법을 알아냈다. 덕분에 김씨도 애를 먹지 않고 힘도 덜 들이게 됐다. “우유도 아기가 기분 좋게 먹도록 하는 법이 따로 있어요. 아기가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하기 위한 거거든요. 내가 옛날에 자식 키울 땐 배불리 먹이는 데만 급급했는데 말이야.”
며느리도 전보다 한결 안심이 놓인다. 직장에 복귀해도 걱정이 적을 듯싶다. 시어머니가 대한적십자에서 실시한 응급처치 수업을 마쳐 최소한 사고 걱정은 안 해도 될 것 같기 때문. 게다가 큰애에게 기초지식도 가르친 적이 있어 훗날 조기교육 부담도 덜하다. “지금 7살 손자가 어릴 땐 천자문 그림카드로 한자를 가르쳐 줬는데, 이젠 동생인 아기한테 함부로 장난치지 못하도록 손자에게 안전교육도 해야 될 것 같아요.”
전문육아지식 덕에 며느리와 소통
김순임(55·서울 양재동)씨는 전문가에게서 육아지식을 배우고 난 뒤부터 며느리와의 대화가 원활해졌다. 심지어 며느리가 김씨에게 조언을 요청하는 경우가 더 많아졌다. 김씨가 지난해 육아교실에 참여해 아름다운엄마모유클리닉 최희진 대표 에게서 모유 제공법에 대해 배운 덕이다. 모유를 제때 먹이지 못하는 여성에게 필요한 젖을 짜는 법, 모유 보관·관리법 등도 배웠다. 직장에 다니는 며느리를 대신해 아기를 돌봐야 하기 때문이다.
“옛날에 내가 자식 기를 때 써먹었던 방법을 무조건 이야기해주니까, 며느리에게 잘 전달되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요즘 며느리들은 우리 때보다 공부도 많이 해서 이해시키기도 힘들죠. 그러다 보니 서로 대화가 잘 안 되기도 하고.”
김씨는 이제 며느리에게 조언하는 말투도 바꿨다. “내가 애들 키울 땐 말이야…”에서 지금은 “의사선생님이 그러시더라, ~하라고”로. 육아방법에 대해 며느리와 의견이 엇갈릴 땐 더욱 효과적이다. 며느리의 태도도 달라졌다. 시어머니의 말에 귀 기울이기 시작했고, 그래도 정보가 부족할 땐 시어머니와 함께 자료를 찾거나 전문가에게 물어본다. “예전엔 내 경험만 일방적으로 전하는 데 그쳤죠. 요즘은 며느리가 ‘우리 어머니도 신세대’라며 지금은 내 입장에서도 생각해보게 돼 서로 대화가 활발해졌어요.”
손자를 돌보는 김씨의 손길도 세심해졌다. 예전엔 아기를 돌본다고 하면 지켜보는 일만 했다. 그러나 지금은 손자에게 발육돕기 체조도 시키고, 며느리와 상의해 영양소를 따져 음식을 만들고 있다. “시어머니들이 새로운 걸 배우고 익혀서 며느리들과 대화하려고 노력해야 해요. ‘요즘 사회는 이렇고 전문가들은 이렇다더라’고 말이에요. 안 그러면 구식 취급받기 쉽죠.”
예쁘고 똑똑한 손자 만들기 도전
박란희(61·서울 방배동)씨는 요즘 주의력 결핍 및 과잉행동장애(ADHD)에 관심이 많아졌다. 아이들에게 ADHD가 발병하는 원인 중에는 ‘어릴 때 부모의 양육태도가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서울대병원 양영희 소아정신과 전문의의 육아강좌를 듣고 나서부터다. 박씨는 말을 깨치지 못한 영·유아들의 울음소리는 다양하며, 각각에는 다양한 뜻이 담겨 있다는 걸 알게 됐다. 부모가 이를 못 알아듣고 일방적으로 어린 자녀들을 대하면 안 된다는 걸 배웠다.
그 뒤부터는 손자를 돌볼 때 생각나는 대로 말하지 않고 목소리 높이와 표현을 골라 말을 건넨다. 똑똑한 손자로 기르려면 일찍부터 두뇌를 관리해줘야 한다고 생각해서다. “옛날엔 아기가 울면 달래주거나 젖을 빨려 울음을 멈추게 하려고만 했죠. 근데 아기의 울음엔 의사표현이 담겨 있고, 부모가 어떻게 반응하느냐에 따라 두뇌계발이 달라진다는 거예요. 그 뒤부턴 손자가 아직 말귀를 못 알아들어도 부드럽게 속삭이는 목소리로 말해주죠. 그러면 아이가 고집을 피우다가도 잠잠해지는 모습을 보고 저도 배우는 게 많아졌어요.”
두상을 예쁘게 만드는 법도 배웠다. 뒤통수가 납작해지지 않도록 수건을 길게 말아 머리를 받쳐주고 얼굴도 옆으로 뉘어준다. 잘 땐 이불 대신 큰 수건으로 덮어준다. 몸에 밀착돼 바람이 스며드는 공간이 적어지고 이불이 얼굴을 덮어 숨쉬기를 어렵게 만들 위험이 적어진다는 전문가의 조언을 듣고 나서다.
아름다운엄마 모유클리닉 (대표 최 희 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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